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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곱슬 35년] 나의 곱슬머리 연대기

오요니 2023. 2. 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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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할까 고민을 했다.
말을 꺼내지말까도 생각했지만 나와 같은 곱슬머리를 가진 분들과, 강한 곱슬머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공감과 편견을 깨기 위해서 나의 곱슬머리를 기록해본다.
나는 SNS에 얼굴을 노출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머리를 제외한 얼굴은 모두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

30년 넘게 살면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어디서 받았나요?
하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나는 자신있게.. 머리카락이요
라고 대답할 것이다.

자연곱슬인 어린시절 내머리카락


나의 아버지는 할머니부터, 아주 강한 성질의 곱슬머리를 유전 받았고 나는 아버지에게 곱슬을 물려받았다.
곱슬머리는 우성이라 집안에 누군가 곱슬머리가 있으면 거의 대부분 그 성질을 물려받는다.
그만큼 강력한 유전자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나는 태어날때부터 머리카락이 돌돌 말려서 태어났다고 했고, 의사부터 주변 간호사까지 신기하여 구경 올 정도였다.
그머리카락은 큰 이변없이 그대로 자랐다. 조금이라도 반곱슬의 형태로도 자라지 않았고, 정말 강력하게 심한 곱슬로 자랐다.

매직을 해도 몇개월뒤면 다시 자라는 자연곱슬



사실, 외국에서 내가 태어나서 자랐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했다. 그 이유는 청소년기에 중학교 고등학교를 입학하면서 받은 차별 때문이다. 지금은 없어졌겠지만(없어져야만 하고) , 말도 안되는 두발 규정 때문에..
나의 곱슬머리는 중학교에 입학하고 부터 한달에 한번 , 두달에 한번씩 매직을 해야했다.
미용실에 가면 나의 머리를 보고 한숨짓는 미용사들때문에 늘 주눅이 들었고, 돈을 지불하고 미용실에 가는것임에도
늘 미용사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갔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질질 끌려가는 기분이랄까.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에 다양한 머리카락은 존재하는 것인데도
남들보다 심한 곱슬머리라는 이유로
매직과 드라이 시술을 문앞에서 거절당했다.
내 뒤에서 한숨 쉬는것을 들을때마다 사춘기 소녀는 스스로 머리카락을 다 뜯어버린뒤 사라지고 싶었다.


모자속에는 자라난 곱슬머리가 숨어있다


그 당시 내 머리의 매직 시술 시간은 12시간이였고, 아침에 미용사들과 같이 출근하여 그분들은 나 때문에 늦게 퇴근해야했다.

임신기간동안 매직을 안해서 곱슬머리와 매직의 거지존 완성


지금은 점점 기술이 좋아져서 최대 7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지금도 전체 매직을 하려면 시간과 비용은 참 크게 소요된다.
나의 사춘기 시절은 나의 곱슬을 믿지 않는 선생님들과 그에 1도 반항하지 않았던 나는 그저 규율이라는 새장안에 갇힌 새 마냥
하라는 대로 내머리에 매달 큰돈을 들였고, 두피를 데여가며 머리를 매직으로 혹사 시켰다.

곱슬머리의 성질을
처음으로 파악하다.
자연곱슬머리를 길렀던 모습인데.. 머리뿌리부분은 붕뜨기에 모자로 눌러준다.


대학생때부터 점차 매직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하여 , 내 머리를 처음으로 온전히 길러보기로 했다.
곱슬머리의 성질은 일반 생머리에 비해서 수분감이 없어서 머리가 푸석푸석하다.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를 쓰지않아도 금방 바삭바삭하게 마르며 머리가 붕붕 뜨는 성질이 있다. 그래서 머리카락 길이를 단발로 할 수 없다. 펄펄 날리기 때문.

머리카락을 빗을수록 컬이 풀어진다.


머리카락이 길수록 , 머리카락의 무게 때문에 붕붕 뜨는 머리를 진정시켜주며 나름(?) 정돈되어 보이는 느낌까지 줄 수 있다.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은 머리를 감지 않아도.. 기름이 지지 않는다. 소위 말해 떡이 지지 않는다. 오히려 머리를 감지 않는 기간이 길수록, 기름이 윤기로 둔갑하는 광경을 보게된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날? 머리를 감는것이 아니라 감지 않고 싶어지는 마법이랄까..

곱슬머리에 대한 편견은
미디어에서 대부분 나쁘게 표현 되었고
그 결과 사람들에게 각인이 되어버렸다.

곱슬머리를 유지하면서 스타일을 내기란 너무 힘들다. 주로 올림머리를 많이 했다.


내 머리는 예쁘다. 예쁘다 자존감을 높여보려해도.. 미디어부터 곱슬머리에 대한 편견을 아주 오래전부터 이미 심어주었다.
가난했던 여자주인공이 예뻐지는 순간은 머리카락부터 곱슬에서 생머리로 바뀐다..
아무 생각이 없던 생머리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미디어에서부터 곱슬머리의 편견을 심어주고 있었고, 그게 어느새 맞는 예시가 되어버렸다.
옛날 드라마부터 미디어와 언론에 꾸준히 노출되어 온 어른들은 곱슬머리는 성격이 드세다. 성격이 지랄맞다. 라고 아직도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말은 정말 인종차별같은 차별이라 생각한다. 시어머님이 농담삼아 곱슬머리가 성격이 어쩌고 할때 정말 넉살좋은 나지만 웃으면서 맞장구 쳐지지 않았다.
사실 악성이란 단어는 정말 심각하게 나쁜 단어인데.. 그걸 곱슬에다가 붙이는것 또한 말이안된다. 악성댓글 .. 악성 암 .. 이런건데 왜 곱슬이 나쁜단어에 포함되어야하는건지 .. 그리고 나 스스로도 인정하고 사용해왔지만,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이 너무나도 무거워 아프게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생각하는
곱슬머리의 불편한점은
옷과 인상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심한 곱슬머리의 단점을 생각 해봤을때, 곱슬머리에게는 어울리는 옷이 한정되어 있다.
내가 사회초년생 초에 많이 입었던 오피스룩에는 곱슬머리가 잘 어울리지 않았다. 생머리를 했을때 옷과 인상이 더 돋보였다.
왜 미쉘 오바마가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 매일 심한 곱슬머리를 피는지 나는 충분히 이해된다. 흑인처럼 자글자글한 곱슬을 가진 분들의 마음 고생은 나보다 훨씬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곱슬이 심한 나로서는, 결혼식을 앞두거나 나에게 다가올 큰 행사가 있으면 매직의 시기를 미리 계산해두는것이 습관이 되어버렸다.
인정하기 싫지만 .. 사실 그렇다. 그래서 미디어에서도 다루기 쉽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겠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긴 하다.


나에게 모르는 남자들이 다가와 번호를 물어볼때 나의 머리는 다 매직머리였다.ㅠㅠ.. 매직을 했을때만 예쁘다는 소리를 주변에서 들었다.
매직하고 살아~ 라는 말도 정말 많이 들었고, 사진찍거나 하면 으레 미용실가서 드라이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찰랑찰랑 칼 단발 여성이
너무 세련되고 부럽지만.
나는 나대로의 매력을 가지고 산다.

곱슬머리 이니까, 곱슬인채로 살자는 아니다. 내가 예뻐 보이려면 가장 자신감이 있는 옷이여야하고, 그에 맞는 헤어를 해야한다.
그건 인정하고, 관리하면된다. 단, 곱슬머리인채로 미용실에 가기만 해도
" 매직 하셔야겠네요 언제하세요~? " , " 와~~~ 옛날 미스코리아 같아요 " 라며 오도방정 떠는 미용사들의 말이 참 불편하다.
나의 머리가 붕붕 뜨고, 부시시하다는 것은 남이 아니라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제발 가벼운 입으로 가벼운 말들로 돈을 지불하고 온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동양인이 다 서양인이 되어야하는게
아닌것 처럼
곱슬머리가 무조건 매직을 해야하는
존재는 아니다.


나의 곱슬머리를 나름 매력이 있다. 괜찮다 라고 30대 중반이 되어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정말 오래걸렸다. 나는 결혼하고 내 아이가 생긴다면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이 곱슬머리였다. 내가 스트레스 받았던 것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이가 생겨 아이 머리카락을 봤는데, 나 정도의 심한 곱슬머리는 아니지만 약간 곱슬머리인 아기를 보면서
그 아이가 자라는 성장기에는 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내가 옆에서 도와주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 곱슬머리 말고도 얼마나 많은 차별들이 사회에서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되지만 내가 겪어봤으니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리하는지 알려주어야겠다.

아가야,
너의 머리카락은 정말 사랑스럽고 독특해


곱슬머리를 가진 많은 사람들, 사실 나도 반곱슬이예요~ 매직을 해야만 깔끔해요 하는 분들이 정말 내주변에도 많다.
하지만, 반곱슬이 너무 부러운 심한 곱슬머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나 포함 정말 많다.
저는 탈모가 제일 고민이예요. 하는 분들의 고민은 내가 겪어보진 않아서 헤아릴 순 없다.


나는 임신 후에 매직약이 독하기도 해서, 매직머리를 계속 잘라내고 자연그대로의 곱슬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다.
출산 후에 지금도, 매직머리가 밑에 남아있지만 거의 잘라낸 상태이다.

자연곱슬은 지금 한 겨울에는 비니를 써도 너무 예쁘고, 추운날에는 숱이 많은 나의 곱슬머리는 따뜻한 목도리가 되어 체온을 유지해준다.
사실, 곱슬이 자글자글하고 촘촘한 컬을 가진 남자분들은 정말 머리관리하기가 힘들것 같다.

머리카락에 어떠한 수분도 주지 않고 빗질만 하면 바삭바삭


여자들은 긴 머리를 하면 그래도 매직이나 이런 시술로 몇개월 버틸수나 있지만, 머리가 짧은 남자의 경우에는 할수있는 머리 스타일이 몇가지 없기에 .. 고민이 참 많을 것이다. 그래도 각자의 머리상태를 잘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스타일을 살리면 충분히 나는 멋지다! 자신감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문의 글을 써봤다.
자신감을 가지고, 편견에 맞써서 싸우는 모든 곱슬인들에게 화이팅을 외쳐본다. 애증의 곱슬머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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