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요니일기

벤자민 잎을 닦으면서 드는 생각

오요니 2022. 4. 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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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있는 벤자민 잎사귀를 닦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 잎사귀들을 몇개 닦지 않았지만 힘이드네.
이렇게 일일이 잎을 하나하나 닦는것은 시간낭비일까 아닐까. 누군가는 시간낭비라 생각할테고, 다른 누군가는 심신수련이라 생각할까. 나는 어떠한가.
나는 적당한 시간낭비라 생각하면서도 청소에 약간의 희열이 있는 사람이라 바로바로 닦은 곳은 깨끗해지므로 마음에 평화가 왔다.




한 30 분째 닦았을까.
슬슬 목 뒤가 불편하고, 그만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과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 하는 생각이 싸우기 시작한다. 생각보다 잎사귀는 굉장히 많았으며.. 서로서로 나도 악수해줘 나두 나두. 하면서 나를 향해 손을 뻗는 상상이 들면서 마치 내가 이 작은 왕국의 수장이 된 느낌이였다.
내 앞에 닦기좋은 윗부분에 위치한 잎사귀들은 닦기가 참 좋은데, 숨어있고 엉켜있는 부분의 아래로 조금만 내려갈수록 그들과 악수하고 싶지가 않았다. 깨끗이 닦고싶었던 처음의 열정도 귀찮음으로 금방 식어버렸다.

누구도 알아주지도 않을 것 같은 아래까지 닦아야하나.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주변을 의식하게되는 나의 모습에 스스로 혀를 찼다. 사람이란 이렇게 간사하구나.
이 작다면 작은 화분마을에 대표가 되는것도 이리 고달픈데, 대통령은 참 힘들겠다.

사람들의 호응이 가장 많고 우선 관심사가 있는 큰 문제만 해결하면 더 이상 아래의 소소한,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소수를 위한 제도를 만들 의지도 자칫하면 잃어버리기 쉽겠구나. 처음 시작과 끝이 한결같기란 참 힘든일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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